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그날 이후>

원제 : The Day After

1983년 미국 / 감독 니콜라스 메이어 / 주연 제이슨 로바즈 외

국내출시 1989년 / 출시사 삼성전자

TV영화로 제작된 뒤 방송을 앞두고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작품. 

그때의 충격은 외신을 통해 우리나라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는 화제작이다. 

이유는? ‘너무나도 리얼하고 참혹해서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

미국의 핵미사일 기지가 있는 캔자스주의 어느 도시. 미국과 옛 소련간에 핵전쟁이 발발하면서 순식간에 소련의 핵미사일들이 이곳을 덮친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행히 직격을 면해 살아남았지만 지옥같은 생존 투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방사능 과다 피폭으로 점점 죽어가는 사람들. 식량과 식수가 없어 폭도로 변해가는 사람들. 외부와 고립된 채 필사적으로 통신을 재개하려는 사람들 등등.

사실 이 영화에는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끔찍한 장면 같은 것은 거의 나오지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방송이 보류된 이유는, 일반 시민들의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너무나도 처참하게 파괴되어 버리는 과정을 아주 극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반핵론자들은 핵전쟁 뒤의 참상을 너무 안일하게 묘사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날 이후>가 나온 이듬해인 1984년에 영국에서는 비슷한 설정의 TV영화 <생명줄(Threads)>이 제작되어 <그날 이후>보다 훨씬 더 강도높게 핵전쟁의 악몽을 형상화시켰다. '<생명줄>에 비하면 <그날 이후>는 헐리우드 뮤지컬에 지나지않는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이 작품은 우리나라 TV에서도 방영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