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미래의 추적자>
원제 Time After Time
1979년 미국 / 감독 니콜라스 메이어 / 주연 말콤 맥도웰 외
국내출시 1991년 / 출시사 SKC
이 영화는 실재했던 역사적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여 가공의 사건들을 연출해내는 작품이다. 주연인 말콤 맥도웰이 맡은 배역은 다름아닌 영국의 유명한 작가이자 사상가였던 H.G.웰스(1866-1946).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웰스는 <우주전쟁>,<타임머신>,<투명인간> 등의 작품으로 오늘날 SF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작가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가 실제로 타임머신을 만들어냈던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그가 생존할 당시 영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엽기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가 또다른 주인공으로 나온다. 잭 더 리퍼는 지금까지도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궁 속의 범죄자지만, 이 영화에서는 평소에 웰스와 친분이 있는 상류사회의 지식인으로 나온다.(실제로 잭 더 리퍼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아무튼 잭 더 리퍼는 경찰에 쫓기게 되자 웰스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 후반의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도망가며, 곧이어 웰스도 그 뒤를 따라온다. 웰스는 잭의 흔적을 추적해가는 한편 20세기 현대문명의 갖가지 이기들에 끊임없이 호기심과 경이를 표현하느라 분주하다.
내용 중에 잭 더 리퍼가 웰스와 맞닥뜨린 뒤 내뱉은 한 마디는 신랄하기 그지없는 현대사회 비판으로서 이 영화의 최고 명대사로 꼽힐 만하다.
'20세기의 세상에선 나같은 범죄자는 아무 것도 아니더군.'
감독인 니콜라스 메이어는 이 작품 외에도 잘 알려진 SF영화를 몇몇 연출한 바 있다. 핵전쟁 이후의 끔찍한 상황을 충격적으로 묘사하여 미국에서 방송금지 처분까지 받았던 <그날 이후>, 또 유명한 SF연속극인 <스타 트렉>의 두번째와 여섯번째 극장판 등이 그가 감독한 영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