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맥스 헤드룸>
1985년 미국 / 감독 파라드 만 외 / 주연 맷 프루어
국내출시 1988년 / 출시사 대우(RCA)
컴퓨터, 또는 컴퓨터 가상공간 문화인 사이버펑크가 SF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85년 윌리엄 깁슨이 장편소설 <뉴로맨서>를 발표하면서부터다. 그런데 같은해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TV영화 <맥스 헤드룸>은 영상문화 쪽에서 사이버펑크의 효시격으로 꼽을만 하다. 아마 ‘사이버 캐릭터’는 이 작품에 등장한 것이 최초일 것이다.
가까운 미래. 카메라 기자인 카터는 사건현장마다 쫓아다니며 생생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전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그러나 시청률 제고에만 혈안이 된 방송국 이사진들은 시청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를 압축 광고를 도입했다가 카터의 취재망에 걸린다. 몸을 돌보지않고 배후를 캐던 카터는 그만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카터의 동료들은 그의 두뇌에 저장된 기억들을 컴퓨터에 이식시키는데, 그러자 카터와 닮은 모양의 사이버 캐릭터가 탄생한다. 그에게는 ‘맥스 헤드룸(Max Headroom)’이란 이름이 붙는다. 맥스 헤드룸이란 카터가 사고 직전에 마지막으로 본 문구로서,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써붙여진 ‘최대허용높이’라는 말. 이때부터 맥스 헤드룸은 다시 살아난 카터와 함께 사이버 및 현실공간에서 멋진 콤비플레이를 펼친다.
<맥스 헤드룸>은 기본적으로 미디어를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컴퓨터 네트워크로 조직된 근미래 신용정보사회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주로 묘사한 수작이다. 국내에는 <맥스 헤드룸>외에 <백색여단의 테러>, <바디 뱅크>등도 같은 시리즈로 출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