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 이온 플럭스 >

원제 Aeon Flux / 1996년 미국 / 출시사 CIC

감독 피터 정 / 애니메이션

이 영화는 ‘이온 플럭스’라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애니메이션 연작단편집이다. 처음엔 1991년에 음악위성방송인 MTV에서 단 2분짜리 단편으로 총 6편이 제작되었는데, 기존 액션영화물을 패러디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불사신의 영웅이 아니며 변변히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그냥 죽어버릴 때도 있다. 그리고는 다음 회에서 멀쩡하게 살아나지만.

기계 문명이 발달한 미래 사회. 여주인공 이온 플럭스는 일종의 비밀요원이다. 브레냐와 모니카라는 대조적인 성격의 두 국가가 등장하는데, 전체주의 성격이 짙은 브레냐는 이온 플럭스의 맞수이기도 한 트레버가 통치하고 있으며, 반면 이온이 사는 모니카는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나라. 그러나 두 세계 모두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 문명에 사람들이 짓눌려 있는 듯한 인상을 주며, 어쩐지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온 플럭스>는 발표당시 이른바 ‘아방 가르드’의 경향을 띤 새로운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으로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이분법적 흑백논리와는 거의 상관없이 멋대로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비평가들은 ‘연출자 자신도 어느 쪽이 좋은 편이고 어느쪽이 나쁜 편인지 잘 모르는 듯 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온 플럭스>의 작가 피터 정은 1961년 서울생이며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케냐,미국,튀니지 등지에서 생활했다. 고등학생때부터 혼자 애니메이션 창작을 했으며, 나중에는 디즈니사에 스카웃되었다. 그러나 디즈니 만화 특유의 분위기속에서 독창성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자 회사를 떠나서 혼자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온 플럭스> 이후에 <애니매트릭스>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