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 SF영화 다이어리

< 뷰티풀 그린 >
원제 La Belle Verte
1996년 프랑스 / 감독 꼴린느 쎄로 / 주연 뱅상 랭돈 외
국내출시 1997년 / 출시사 베어 엔터테인먼트
흔히 ‘SF에는 왜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작품은 많은 반면, 밝고 희망찬 유토피아를 그린 것은 드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곤 하는데, <뷰티풀 그린>은 비록 인류의 미래상은 아니지만 인간과 똑같은 외계인들이 물질문명과는 대비되는 목가적 자연 환경에서 평화로운 삶을 사는 모습을 묘사하여 매우 신선한 감흥을 준다.
초능력 외계인들이 사는 그린 행성에서는 오랫동안 잊혀져 왔던 지구로 누군가를 파견하려 하지만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구인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 여성이 나서서 가족들의 염려를 떨치고 20세기의 지구로 날아온다. 그는 인간들의 세상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연이어 겪지만, 그때마다 신비로운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준다.
이 영화는 코미디이면서 상당히 신랄한 현대 문명 풍자극이다.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을 일깨우고, 삶에서 진정 소중히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문명적 차원에서 되돌아보게 만든다. 고도의 과학기술에 바탕한 물질문명 대신에 자연친화적 삶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집착과 소유의 개념에도 매달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영화가 싱겁다는 사람이라면 좀 메마르고 냉소적인 건 아닐지.
감독 꼴린느 쎄로는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로말드와 줄리엣>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졌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으로서, 코미디 형식을 통해 현대인의 위선과 허상을 꼬집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에서는 흥행 1위를 기록했지만 우리나라에선 극장 개봉뒤 곧 잊혀진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