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 플라이 >
원제 The Fly
1986년 미국 /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 주연 제프 골드블럼
국내출시 1990년 / 출시사 대우(CBS/FOX)
어떤 과학자가 자기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물질의 공간이동 연구에 몰두하던 중, 잘못하여 파리와 생체합성이 되어버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학자는 점점 파리의 외모와 생태를 닮아간 끝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물의 차원을 넘어 주인공에 대한 짙은 연민의 정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의미심장한 은유를 품고 있기도 하다.
스스로가 파리로 변해가는 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은,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요하는 원죄적인 악덕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 대다수의 자화상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또는 그렇듯 두꺼운 사회의 벽에 도전하는 사람의, 비참하지만 현실적인 운명을 암시한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1958년에 처음 만들어진 같은 제목의 작품을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1986년에 다시 만든 것이다. 이 <플라이>는 30여년 전의 원작에 비해 특수효과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그에 더해서 크로넨버그 감독 특유의 악취미적인 잔혹 묘사로 더더욱 초현실적인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인공의 비극적인 결말을 감동적인 차원으로 묘사하여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독특한 스타일로 적잖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종의 ‘컬트’감독이다.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드롬>,<스캐너스>,<초인지대>,<엑시스턴즈>,<크래쉬> 등 작품들이 많이 소개된 바 있다. 그는 주로 SF적 설정이 혼합된 공포물에 개성이 강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고어한 묘사들을 거침없이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