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 우주의 침입자 >
원제 :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78년 미국 / 감독 필립 카우프만 / 주연 도널드 서덜랜드 외
국내출시 1989년 / 출시사 SKC
잭 피니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모두 다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첫번째는 원작소설이 발표된 직후인 1956년에 흑백으로 제작되었으며, 현재 SF영화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곤 하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감독은 돈 시겔.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비디오인 1978년판 역시 탁월한 작품성으로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된다. 또한 1993년에 나온 아벨 페라라 감독판은 배경을 군부대로 바꾸고 주인공도 10대 소녀로 설정했는데, 이 영화는 <바디 에일리언>이란 제목으로 출시되어 있다. 그 다음은 2007년에 니콜 키드먼과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으로 나온 <인베이젼>이다.
평화로운 마을에 어느날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부모나 형제자매, 이웃들이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낯선 타인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마치 육체는 그대로인채 영혼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기 된 것처럼.
시일이 지나면서 점점 그런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서, 마침내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만 남고 모두들 변해버린다. 사실 그들은 외계에서 날아온 수수께끼의 생명체들로, 인간이 잠든 사이에 그 몸을 복제해내곤 원래의 사람을 죽여버리는 것이었다.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들은 자기들의 씨앗을 미국 전역으로 퍼뜨리기 시작하고, 주인공은 여성 동료와 최후까지 도망치지만 쏟아지는 잠을 견디지 못하다가 어느순간 동료와도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나오는 충격적인 엔딩 장면이 유명하다.
이 영화는 잔혹한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도 극한의 심리적 공포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매우 세련된 호러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작품의 설정 자체가 지닌 의미심장함으로 많은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원작은 냉전 시대의 이념대결 구도를 은유한 것으로도 주목받았으나 그보다 더 보편적인 메타포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