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로멘틱 콤퓨터>
원제 Electric Dreams / 1984년 미국 / 출시사 무비크로스
감독 스티브 배런 / 주연 버지니아 매드슨 외
PC가 사실상 주역으로 나오는 감미로운 SF동화.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80년대 초반, 어느 젊은 건축설계사가 PC를 구입하여 집에 설치하고 가전제품들과도 연결해 놓는다. 이리저리 작동시험을 하다 부주의로 PC 본체에 술을 쏟고마는데, 컴퓨터는 요란한 불꽃을 내며 방전을 일으키다가 그만 전원이 나가버린다.
설계사가 망가진 PC를 내버려두고 외출한 사이 옆집에서는 첼리스트인 젊은 여성이 연습을 시작하는데, 그순간 컴퓨터에 다시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는 옆집의 첼로소리에 맞춰 전자음으로 멋진 화음을 넣는다. 컴퓨터의 중앙회로에 이상이 생겨 제 스스로 지능을 갖게 된 것이다.
첼리스트는 옆집 남자의 솜씨로 오해하고,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시간이 갈수록 정이 쌓인다. 하지만 컴퓨터는 그런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하면서 방해공작을 펴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SF적 설정을 빌린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컴퓨터가 비중있는 역할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살펴 볼 의의가 있다. 어쩌면 영화의 내용과 비슷하게,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AI가 인간의 정서생활에 깊숙히 개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팝음악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가 맡은 OST와 조화를 이루어 뮤직비디오처럼 경쾌한 진행과 80년대를 풍미한 팝아티스트들의 노래들 등이 이 영화를 아름다고 유쾌한 소품으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첼리스트와 컴퓨터가 'A Lover's Concerto'의 원곡으로 유명한 바하의 미뉴엣을 합주하는 시퀀스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명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