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 사구 >
원제 : Dune
1984년 미국 / 감독 데이빗 린치 / 주연 카일 맥라클렌 외
국내출시 1990년 / 출시사 에이스 프로덕션
SF영화중에서 이만큼 말이 많았던 작품도 드물다. 형편없는 졸작이라는 혹평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의 연출이 원작 못지않게 성공적이라는 찬사까지.
이 영화가 그토록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중의 하나는 원작이 SF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대하소설중의 하나인 프랭크 허버트의 <듄>이기 때문. 1965년에 첫 작품이 나온 뒤 작가가 1986년에 작고할 때까지 총 6권이 <듄>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영화는 그중에서 1권의 내용만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다른 우주, 다른 시간. ‘스파이스’라는 물질을 생산해내는 ‘듄’행성을 놓고 우주의 실력자들이 세력다툼을 벌인다. 주인공 아트레이드는 하코넨 일당들에게 요새를 빼앗기고 아버지까지 잃지만 간신히 어머니와 함께 듄 행성의 원주민들 근거지로 몸을 피한다. 그리고는 오랜 기간에 걸쳐 게릴라전을 벌여서 마침내 듄 행성의 탈환에 성공한다.
이렇듯 기본적으로 작품의 줄거리는 드라마틱한 영웅담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도중에 등장하는 수많은 SF적 설정들이 다른 어떤 작품과도 차별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전수되어 내려오는 초능력자들의 비밀결사,사막에 사는 거대한 벌레,몇 만 세대동안 독자적인 우주여행법을 발전시켜온 돌연변이 내비게이터들,인간컴퓨터,듄 행성 특유의 생태계 시스템 등등. 이 모든 요소들이 얽혀서 마치 아라비아풍의 대하 서사시처럼 장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감독 데이빗 린치는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 작가로 유명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원작의 중량감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2021년에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듄> 영화가 개봉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