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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라이트 마일> SF 소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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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 SF 소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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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 일본SF만화

오타가키 야스오 지음


달에 간 북녘의 공작원

-오타가키 야스오의 만화 <문라이트마일>(서울문화사)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SF들 몇몇은 소설이 아니라 만화 쪽에 포진해 있다. 그 상당수가 일본 작품인데, 서양보다는 훨씬 더 우리 정서에 가까워서 감정이입이 수월하고 설득력도 높다.


<문라이트마일>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강대국들의 우주 진출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만화이다. 이 작품은 우선 이야기의 짜임새가 아주 치밀하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예상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상황 변수들이 설정에 고려되어 있고, 그에 더해서 국제 정치역학의 냉엄한 논리 구사에도 낭만주의는 일체 배제했다. 우리 현실 세계의 미래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감탄스러운 것은 그런 구성을 시종여일하게 끌고 가면서도 드라마를 결코 희생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각기 자신을 뚜렷하게 각인시키고 있는 강렬한 캐릭터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극적인 드라마들을 계속 이어간다. 치밀한 구성과 가슴을 파고드는 드라마의 유기적인 결합도 흠잡을 데 없다.


근년 들어 중국은 유인우주선은 물론이고 달과 화성 탐사선도 쏘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60년대 말에 달에 사람을 보냈지만 그 뒤로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미국은 이제 옛 소련 대신 중국이라는 새로운 라이벌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시장경제의 논리로 보면 달은 막대한 자원을 품고 있는 보고인데, 그동안 아무도 엄두를 못 냈지만 이제 중국이 유력하게 대두하는 상황인 것이다. <문라이트마일>은 바로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여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한국 독자로서 각별히 흥미로웠던 에피소드는 9권에 등장하는 공화국 공작원이야기였다. 달은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거의 일치해서 지구에서는 항상 같은 면만 보이는데, 그런 조건을 이용해 미국은 달의 뒷면에 아무도 모르게 우주군 기지를 건설해 놓는다. 중국에서는 미국우주군의 존재에 대해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확증이 없어 애를 태우다가 치밀한 공작을 전개한다. 미항공우주국(NASA) 등의 주도로 달 표면에 건설된 다국적 우주기지에 요원을 침투시킨 것이다. 테러와 사보타지 등이 계속 일어나자 기지는 공포와 혼란에 휩싸이고, 마침내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는 과연 무엇을 의도하는 건가가 쟁점이 된다. 단순히 기지 파괴가 목적이라면 진작 날려버릴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마침내 사태의 핵심이 드러난다. 기지를 끊임없이 불안에 노출시켜 극비 존재였던 미국우주군이 출동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 결국 달 뒷면에 몰래 숨어있던 미군은 전 세계인들의 눈앞으로 훤하게 노출되고 만다.

그런데 혼자의 힘으로 미국 정부를 굴복시킨 이 공작원은, 작품에서 한 번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한반도 북쪽에서 왔음이 암시된다. 아마도 해외에서 창작된 모든 SF(소설, 만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존재감도 뚜렷하고 설득력 있는 코리언캐릭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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