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지구 최후의 날>
원제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1년 미국 / 감독 로버트 와이즈 / 주연 마이클 레니 외
국내출시 1997년 / 출시사 20세기 폭스
1950년대는 SF영화사에서 질적 도약기였다. <놀랍도록 줄어드는 사나이>,<바디스내처>,<금지된 행성> 등 SF영화사상 10대 걸작에 들곤 하는 작품들 중 상당수가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지구 최후의 날>은 바로 그 시기의 걸작 중 하나로 국내에 출시되었던 드문 작품. 1956년작인 <금지된 행성>도 비디오로 나오긴 했지만 이 영화는 칼라로 제작된 것이고, 50년대를 대표하는 '저예산 B무비'적 정서의 흑백 SF는 <지구 최후의 날>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어느날 외계에서 날아 온 비행접시 하나가 워싱턴 한복판에 착륙한다. 외계인 한 명이 나와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하지만 겁먹은 인간들은 총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만다. 병원으로 실려간 외계인은 사라져버리고, 이번엔 비행접시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닌 로봇 하나가 걸어나온다.
감독은 <사운드 오브 뮤직>,<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등의 걸작 뮤지컬 영화를 연출한 로버트 와이즈. 그는 또한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스타 트렉:극장판 1편>등의 SF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다.
<지구 최후의 날>이 46년만에 우리나라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던 계기는 다름아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1996년 대작 <인디펜던스 데이> 덕분이었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바로 <지구 최후의 날>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 그러나 유치한 쇼비니즘으로 마무리되었던 <인디펜던스 데이>와는 달리, <지구 최후의 날>은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진지한 수작이다.
유명한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인 '클라아투(KLAATU)'의 이름은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에서 따 온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2008년에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지구가 멈추는 날>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