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SF명작 다이제스트

<스타쉽 트루퍼스 Starship Troopers>
* 줄거리
은하계 저편에 있는 벌레 모양의 외계인 종족과 적대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래의 인류.
주인공 조니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사업가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원입대한다. 그가 입대를 결심하게 된 것은 고교시절 철학교사였던 뒤보아선생의 영향이 컸다. 기동보병 출신인 뒤보아선생은 시민으로서의 권리 못지않게 의무를 강조했던 것이다.
우주전함의 조종사가 되겠다는 부푼 희망을 갖고 있었던 조니는 병과를 부여받는 과정에서 별로 원치 않았던 보병으로 차출되어 버린다. 훈련캠프에 입소한 그는 격투기의 달인인 짐 교관을 만나면서 혹독한 과정에 바짝 얼어버린다. 힘겨운 나날들이 하루하루 이어지면서 이탈하는 훈련병들이 속속 나왔지만 조니는 참고 견뎌내었다.
실탄이 장전된 화기와 장갑강화복을 착용하고 처음으로 실전훈련을 받던 도중 그는 부상을 입는다. 회복기간 동안에 프랭클 대위의 지휘를 받다가 헨드릭이라는 훈련병을 알게되는데, 그는 실전훈련 도중 상관을 구타한 죄목으로 불명예제대를 당할 운명이었다.
헨드릭의 일을 지켜보면서 조니는 회의에 빠져 군대를 떠나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마침 어머니 및 뒤보아 선생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하고, 짐 교관과 프랭클 대위도 조지를 설득하여 그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는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뒤 다시 훈련과정에 들어간 조니는 장갑강화복을 착용한 실전훈련 도중에 실수를 저질러 징벌을 받게 되지만, 다행히 헨드릭과는 달리 불명예제대를 면하게 된다.
그즈음 탈영했던 훈련병 하나가 어린이 유괴와 살인 혐의로 붙잡혀 캠프로 압송되어 온다. 그는 민간인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지만, 소속 병사들은 직접 챙긴다는 보병부대의 방침에 따라 자체 군법회의에 회부된 뒤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 일로 명예가 실추된 조니의 소속부대는 마크에 검은색 띠를 두르게되고, 병사들도 한달간 오락 활동을 금지당한다. 이 일로 조니는 새삼 고교시절의 뒤보아선생 수업을 되새긴다. 그는 시민과 군인의 의무에 대해 강력한 도덕적 입장을 강조했던 것이다.
처음 2000명이 입교했던 훈련캠프는 단지 400명만이 남아 초급과정을 마치고, 다시 캐나다 록키산맥으로 이동하여 고급훈련과정에 들어간다. 휴일날 동료들과 밴쿠버로 외출을 나온 조니는 사소한 시비에 말려들어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데, 그 와중에 문득 자신이 몰라보게 강인해졌음을 깨닫는다.
훈련은 이제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다. 장갑강화복을 입은 채 험준한 산 속이나 사막,빙하,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공기도 물도 없는 달에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생존하는 자만이 졸업할 수 있었다. 고급과정에 들어 온 2009명의 훈련생들 중 단 187명만이 졸업자격을 얻고, 나머지는 모두 중도에 기권한다. 그중에는 사망자도 14명이나 있다.
조니가 훈련을 받는 동안에 은하계의 평화가 깨지고 벌레외계인들과의 전쟁이 발발한다. 외계인들이 지구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바람에 조니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만다. 반격에 나선 지구는 외계인들의 행성인 클렌다투를 공격하는데, 첫 작전부대에 조니도 참여한다. 그러나 공습 도중 조니의 부대를 투하한 병력수송모함은 다른 우주선과 충돌하여 심각한 손상을 입고 만다.
용맹스럽게 벌레와의 전투를 치르던 조니는 퇴각 명령이 떨어지자 신속하게 철수하려 하지만 병력수송모함이 제 구실을 못하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며 간신히 사지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그와 절친한 전우는 장갑복 안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조니의 부대는 80% 이상이 희생된 채 해체되어 버리고, 그로부터 6주 뒤 조니는 새로운 모함으로 배속된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조니는 승진을 하여 지휘권을 갖게되었으나 일부 고참병들이 그를 무시하려 한다. 조니는 그들과 한바탕 대결을 벌인 끝에 마침내 둘도 없는 전우사이로 탈바꿈한다. 그리고선 그는 경력을 더 쌓기위해서 사관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사관학교로 가는 길에 뜻밖에도 기동보병이 된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외계인의 공습으로 어머니가 희생되자 말단 사병으로 자원입대한 참이었다.
사곽학교의 1차 과정을 수료한 뒤 새로운 모함에 배치된 조니는 얼마지나지 않아 실바라는 지휘관을 대신해서 중대장을 맡게 되고, 이어서 새로운 비밀작전에 투입된다. 그들은 벌레외계인을 생포해오라는 중책을 맡아 모처의 행성에 낙하하는데, 예전에 신병훈련소에서 조니의 교관이었던 짐 하사관의 활약으로 벌레들의 두뇌인 '브레인버그'를 생포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조니는 이 작전에서 부상을 입는다.
전쟁은 계속되고 세월은 흘러 몇 년 뒤. 조니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딴 부대의 지휘관이 되어 용맹을 떨치고 있고, 그의 아버지도 훌륭한 기동보병으로 거듭나 조니의 휘하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 마침내 외계인들의 본거지인 클렌다투 행성에 대한 전면적인 공습작전 명령이 내려온다. 조니는 이번에야말로 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기회임을 직감하며 클렌다투에 대한 강하 준비를 한다.
* 작가에 대해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1917-1986)
1907년 생인 하인라인은 미국 미조리주에서 태어나 캔자스시티에서 성장했으며, 2년제 초급대학을 마친 뒤 해군사관학교로 진학한 직업군인 지망생이었다. <스타쉽 트루퍼스>의 설정에는 어느정도 작가의 자전적인 배경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29년에 상위 10%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으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에서 복무했으나, 건강이 나빠져서 결국 중도에 전역하고 말았다. 그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 진학하여 천문학을 공부하려 했으나 역시 건강 문제로 도중에 포기했다고 한다.
SF작가로 등단한 것은 1939년의 일로서, 당시 다른 대부분의 SF작가들이 20대 초반에 데뷰하던 것에 비하면 늦깎이였던 셈이다. 그러나 연륜과 풍부한 사회 경험이 오히려 그의 작품에 완숙미를 더해서, 그는 등단이래 거침없이 탄탄대로를 달려 마침내 미국을 대표하는 SF계의 거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그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와 함께 서양 SF문학계의 빅 쓰리(The Big Three) 중 하나로 꼽히며, '미스터 사이언스 픽션' 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스타쉽 트루퍼스>에 나오는 장갑강화복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인라인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의 보고로 다른 많은 SF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뿐만아니라 스토리나 설정에서도 독창적인 발상이 많고 묘사가 흥미진진해서 세월이 지나도록 고정독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1988년에 작고할 때까지 상당한 다작가로서 많은 작품들을 남겼지만 대부분 지금까지도 절판되는 일 없이 계속 출판되고 있다. 대표작으로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스트레인저>,<여름으로 가는 문> 등이 있으며 청소년용 SF도 많이 썼다.
하인라인은 특히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드러난 노골적인 군국주의 성향때문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유주의적 우익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그의 정치적 입장은 월남전 및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우주방위전략(SDI)-흔히 '스타워즈'라는 별명으로 알려졌던-에 찬성했던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적잖은 SF팬들이 그의 작품세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누려오고 있다.
* 작품에 대해
<스타쉽 트루퍼스>는 발표되고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자라나는 새로운 독자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화제작이다. 이 소설이 제기하는 제재는 크게 두 가지로서, 하나는 '장갑강화복'이라는 하드웨어적 설정의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작가의 군국주의적 태도이다.
장갑강화복의 원어는 'powered suit'. 즉 직역하면 동력복 정도가 되겠지만 설정의 상황 등을 고려해서 번역서에는 '강화복'이라고 되어 있다.
이 장비는 글자그대로 자체 동력원을 이용해 사람의 근육 움직임을 몇 배로 즉각 증폭해주는 갑옷이다. 어떤 혹독한 외계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우주복인 동시에 웬만한 물리적 노동은 거뜬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소규모 중장비인 셈이다.
오늘날 일본 만화 등에서 숱하게 접할 수 있는 인간형 기동로봇, 특히 그 안에 사람이 들어 앉아서 조종하는 방식은 사실상 이 <스타쉽 트루퍼스>의 강화복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학적인 차원에서 따져보면 <로봇 태권 V>나 <마징가 Z>, 또 <패트레이버>나 <에반게리온>같은 거대 로봇은 만화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전혀 날렵하고 안정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다. 키가 170cm이고 체중이 70kg인 사람이 있다고 했을 경우, 단순히 키가 10배가 된다고 하면 신장은 17m가 되지만 체중은 10의 세제곱(가로*세로*높이 세 방향으로 늘어나므로)인 1,000배가 된다. 따라서 체중은 무려 70t이 되는데, 금속제 로봇은 이보다도 훨씬 더 무거워서 몇 백 톤이 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동력의 문제 등등으로 서 있는 자세 이상의 동작은 무리이다.
반면에 <스타쉽 트루퍼스>에 묘사된 그대로의 강화복, 즉 사이즈가 크지 않은 동력강화복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 정밀기계공학보다는 인체의 신경생리학 쪽에서 더 많은 연구성과가 나와야 할 것이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1959년에 처음 발표되어 이듬해에 SF문학계 최고의 권위인 휴고상을 수상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에야 시공사에서 번역판이 출간되었다. 1997년에는 <로보캅>,<토탈 리콜>등을 연출했던 폴 버호벤 감독이 영화로 각색,발표했다. 이 영화에서는 강화복이 아예 생략되었지만 이보다 앞서 만들어진 일본판 애니메이션 <스타쉽 트루퍼스>에는 강화복이 제대로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