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 이블헌터 >
원제 Dawn of the Dead / 1979년 미국 / 출시사 영흥미디어
감독 조지 로메로 / 주연 켄 포리 외
이 영화는 전설적인 저예산 공포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후속편인데, 오히려 1편보다 더 탁월한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끔찍한 공포SF영화의 형식을 빌려 현대사회의 본질을 매우 예리하게 파헤친 걸작이다.
정체불명의 괴질이 계속 번지면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흡혈귀 좀비로 변하고, 그들에게 물린 사람들 역시 이내 좀비로 탈바꿈해버리고 만다. 세상은 순식간에 살아있는 시체들로 가득차고, 몇몇 남지않은 온전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도망다니는 아비규환을 연출한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던 주인공 일행은 좀비들의 습격을 피해 달아나다가 어느 거대한 쇼핑센터에 숨어들어가서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하지만 좀비들은 끊임없이 습격해오고 게다가 총으로 무장한 폭도들까지 나타난다.
이 영화의 설정은 흔히 자본주의 소비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것으로 일컬어진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혼을 잃고 좀비가 되어 똑같은 모습으로 건들거리며 쇼핑센터에 몰려들고, 먹이감이 붙잡히면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그런가 하면 쇼핑센터에 숨은 온전한 사람들도 안전한 여가시간이 나면 매장의 물건과 돈을 마구 쓸어담아 챙기기에 바쁘다. 그러다가 결국 좀비들에게 물려서 그들과 똑같은 존재가 되어버리지만.
국내 출시되었던 비디오 자켓에는 엉뚱한 그림과 원제가 붙어있고, 우리말 제목 또한 작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해적판 비디오였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