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에이리언과 지구연인>
원제 : Earth Girls are Easy
1989년 미국 / 감독 줄리언 템플 / 주연 지나 데이비스 외
국내출시 1991년 / 출시사 오아시스
뮤지컬 코미디 SF인 이 영화는 과학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나 진지한 구석이라곤 거의 없는대신 무척이나 유쾌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리고 어느 일면으로는 현대 문명사회의 인간들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이 얼핏 엿보이기도 한다.
우주를 떠돌던 외계인 세 사람이 지구에 불시착한다. 우주선이 떨어진 장소는 LA 주택가 어느 집 마당의 풀장. 그 집에 살던 젊은 미용사 여인은 기겁을 하지만 이내 그 털북숭이들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는 외계인들을 자기 미용원으로 데려가서 털을 다 밀어버리는데, 그러자 모두들 활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남성으로 변모한다. 그리곤 그들은 지구 여성들과 함께 LA의 밤을 신나는 춤과 파티로 지새우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SF팬으로서는 주인공 여성의 꿈 장면에서 등장하는 온갖 SF영화의 주인공들 모습이 매우 재미있는 부분. 지나간 SF영화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조연 중의 한 사람이 훗날 톱클래스 희극배우로 성장하는 짐 캐리라는 점. 이 영화에서는 남녀주연인 제프 골드블럼과 지나 데이비스에 가려서 별로 비중이 크진 않지만, 그 특유의 익살맞은 연기는 충분히 선을 보이고 있다.
감독 줄리언 템플은 영국 출신인데, 그래서인지 미국 서부 특유의 생활문화 그 자체도 또 하나의 외계인 세상처럼 그려냈다는 평을 듣는다. 원색이 강조된 화면과 몇몇 뮤직비디오 부분, 그리고 지구인 등장인물들의 라이프스타일 등이 가벼운 소비향락적 문화를 유쾌하지만 객관적인 톤으로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