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숨은SF영화 다이어리

<우주불사조를 잡아라>
원제 Space Firebird / 1980년 일본 / 출시사 대우
감독 데즈카 오사무 / 애니메이션
장장 두 시간을 꼬박 채우는 이 장편 만화영화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이자 ‘아톰'의 작가로도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다.
원작은 그가 1954년부터 1986년까지 장장 32년간이나 잡지에 연재한 만화 ’불새‘로서, 이 기간동안 여명,미래,우주,봉황,부활,망향,난세,생명,태양 등등 총 12부로 나뉘어 연재되었다. 그러나 이 장편 애니메이션은 ’불새‘를 원작 모티브로 삼았을 뿐 스토리나 각색은 전면적으로 재손질한 독자적인 장편 만화영화이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세상. 부모도 모른 채 태어나 시험관에서 배양되어 세상에 나온 주인공은 단짝처럼 지내는 로봇에 의해 양육되고 교육받으며 성장한다. 그는 조종사 후보생으로 훈련을 받은 뒤 단연 두각을 나타내어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게 되는데 그것은 죽어가는 지구와 인류를 살리기 위해 우주의 불새를 잡아오는 일이었다.
이 영화는 1980년에 일본에서 극장 개봉당시 흥행이나 비평 양 면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작품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 일부 애니메이션 매니아나 데즈카 오사무 팬들로부터 대단한 추종을 받게 되었다. 흔히 표현하듯이 ‘언더그라운드 컬트’가 된 것이다.
요즘의 박자 빠른 만화나 영화적 정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중간에 졸아버릴 정도로 몹시나 느리고 지루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내용을 찬찬히 음미해보면 과학기술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담겨있음을 깨닫게 되는 작품.